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이자 글로벌 거시경제 투자계의 존경받는 인물인 레이 달리오는 최근 미국의 부채 문제에 대해 신용평가사들이 평가하는 수준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최근의 신용등급 강등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달리오는 재정 위기의 실질적 범위가 시장에서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달리오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금융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한계에 급속히 접근하고 있다. 그는 GDP 대비 재정적자를 3% 이하로 낮추지 않으면, 연쇄적인 부채 위기로 구조적 경제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통화 가치 하락과 과도한 부채가 야기하는 국가 쇠퇴의 역사적 패턴을 다룬 대표 저서 "Changing World Order"의 핵심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이러한 심각한 수치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은 지금까지 의외의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직후 뉴욕증시는 초반 하락에서 빠르게 반등했고, 국채금리는 일시 급등했다가 안정됐으며, 달러는 완만한 하락세를 보였다.
왜 이처럼 반응이 미온적일까?
그러나 이러한 안일함은 위험하다. 시스템 리스크를 과소평가하면, 언젠가 찾아오는 반작용은 가혹해질 수 있다.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리스크는 장기채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단기 국채, 물가연동채(TIPS), 변동금리 채권 중심으로 채권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한다.
원자재, 인프라, 에너지 관련 자산은 인플레이션 헤지 기능이 있고, 재정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수혜를 받을 수 있다. ETF나 실물자산 기반 펀드를 활용한 접근이 효과적이다.
달러 자산의 집중을 줄이고, 독일 국채, 스위스 국채, 재정건전성이 뛰어난 신흥국의 현지통화 채권을 고려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환경 속에서는 재무구조가 견실하고 부채비율이 낮으며, 원가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기업이 유리하다.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은 화폐가치 하락 우려 시 대체 자산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 다만 높은 변동성과 정책 리스크를 감안한 제한적 포지셔닝이 요구된다.
미국이 여전히 글로벌 금융의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재정 건전성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레이 달리오의 경고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현실의 반영이다. 미국의 부채는 경제 통계가 아닌 정치적 시한폭탄이다.
투자자에게는 명확한 교훈이 주어진다. 과거의 '달러 중심·장기보유'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자산 재배분, 리스크 관리, 재정 구조에 대한 이해는 이제 필수적이다.
부채가 시장 사이클을 좌우하는 시대, 먼저 대응하는 투자자만이 살아남는다. 신호를 무시한 자는 결국 그 파편 속에 갇히게 될 것이다.